
퇴사 날짜를 정하면 마음이 먼저 가벼워집니다. 더는 회의 보고서를 쓰지 않아도 되고, 내 가게 이름을 검색해 보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문제는 월급도 함께 퇴사한다는 겁니다.
퇴사 후 창업에서 가장 먼저 계산할 숫자는 인테리어 비용이 아닙니다. 매출이 없어도 버틸 생활비, 문을 열 때까지 필요한 시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멈출 기준입니다.
창업자금과 생활자금을 같은 통장에 두지 않습니다
보증금과 공사비를 내고 남은 돈을 생활비로 쓰겠다고 생각하면, 어느 순간 사업이 돈을 버는지 집이 돈을 쓰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종이를 두 장으로 나눠 적어보세요.
- 사업 통장: 보증금, 공사, 장비, 초도물품, 월세, 인건비, 광고비
- 생활 통장: 주거비, 보험료, 대출, 교육비, 식비, 최소 비상금
생활비가 부족하면 사업에서 돈을 빼게 되고, 사업 현금이 부족하면 개인 대출을 찾게 됩니다. 두 통장이 섞이는 순간 판단도 같이 흐려집니다.
‘오픈일’보다 ‘첫 월급을 가져갈 날’을 적습니다
가게를 연 첫 달부터 대표 급여가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매출이 생겨도 카드 정산과 재료비, 임대료가 먼저 움직입니다.
보수적으로 세 날짜를 잡아보세요.
- 계약하고 실제 영업을 시작할 날짜
- 월 고정비를 매출총이익으로 감당할 날짜
- 대표가 생활비를 가져가기 시작할 날짜
세 번째 날짜가 생각보다 멀다면 그만큼의 생활비가 따로 있어야 합니다. “열면 어떻게든 된다”는 계획은 달력에 적을 칸이 없습니다.
손익분기점은 매출액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월세가 300만 원이고 인건비가 500만 원이라고 해서 매출 800만 원이면 본전은 아닙니다. 상품을 팔 때마다 드는 원재료비와 플랫폼 수수료, 카드 수수료가 있습니다.
손익분기점을 계산할 때는 고정비를 매출총이익률로 나눕니다.
예를 들어 고정비가 1천만 원이고 매출총이익률이 50%라면, 단순 계산으로 필요한 매출은 2천만 원입니다. 여기에 대표 급여와 세금, 예상 밖 수리비가 빠져 있다면 다시 넣어야 합니다.
계약 전에 작은 매출을 만들어 봅니다
상가 계약은 비싼 검증 방법입니다. 가능하다면 온라인 판매, 예약 주문, 팝업, 공유주방, 주말 테스트처럼 작은 방식으로 먼저 팔아보세요.
확인할 건 “사람들이 좋아한다”가 아니라 다음 숫자입니다.
- 돈을 실제로 낸 사람 수
- 한 번 산 뒤 다시 산 사람 수
- 한 건을 팔 때 남는 돈
- 주문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
- 광고를 멈췄을 때도 들어오는 주문
작은 실험에서 숫자가 안 나왔다면 상가와 인테리어가 그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예쁜 조명은 손익분기점을 낮춰주지 않으니까요.
멈출 기준을 계약 전에 정합니다
창업할 때 철수 이야기를 꺼내면 김이 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계약서에는 종료일과 원상복구가 이미 들어 있습니다. 나만 모른 척한다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 감당할 수 있는 최대 누적 손실
- 매출 목표를 다시 판단할 날짜
- 중도해지와 양도양수 가능 여부
- 기기·재고를 처분할 때 회수 가능한 금액
- 원상복구와 폐업 행정에 필요한 비용
이 기준은 포기 계획이 아닙니다. 생활과 신용을 지키면서 사업을 시험하기 위한 안전선입니다.
지원금은 없는 돈으로 계산합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창업지원사업을 알아보는 건 좋습니다. 다만 선정 여부와 지급 시점이 확정되기 전에는 자금계획에서 빼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지원사업마다 대상, 자부담, 집행 가능 항목, 사후 정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공고가 나왔다는 사실과 내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사이에는 꽤 많은 서류와 심사가 있습니다. 지원금이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규모를 먼저 정하고, 선정되면 검증 범위나 준비 기간을 넓히는 쪽이 낫습니다.
대출도 매출로 적지 않습니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은 늘지만 매달 갚을 돈도 함께 생깁니다. 월 상환액을 고정비에 넣은 뒤에도 생활비와 운영비가 남는지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퇴사와 창업 사이의 숫자를 점검하고 싶다면
계약 전에 생활비, 손익분기점, 철수비용을 한 장에서 비교해 보세요.
이어서 볼 글
지금 단계에 맞춘 3편
수능은 오래 준비하면서 창업은 왜 서두를까→가게를 인수할까 새로 열까, 권리금보다 먼저 계산할 것→다시 사업을 시작할 때 기준으로 삼을 네 가지→